일주일 넘게 이어진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국토교통부의 중재로 레미콘 운송 노동조합과 제조사가 운반비 인상 합의안을 마련했고, 이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파업이 공식 종료됐다. 멈춰 섰던 레미콘 공급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건설 현장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수도권 레미콘 운반비는 한 회당 팔만 원 수준으로 오른다. 그동안 운송 노조는 치솟는 물가와 차량 유지비를 감안하면 기존 운반비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다며 운반비 인상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노사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인상폭에 의견을 모으면서 한 주 넘게 이어진 갈등이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 합의가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끈 것은 아니다. 통상 한 해 단위로 맺어 오던 계약 기간을 여덟 달로 단축하기로 하면서, 노사는 내년 3월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계약 주기가 짧아진 만큼 비슷한 갈등이 머지않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 주가량 이어진 파업으로 건설업계가 입은 피해는 상당한 규모로 집계됐다. 대형 건설사 스물일곱 개 사가 맡은 백열아홉 개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는데, 이를 믹서 트럭 대수로 환산하면 약 삼만 대 분량에 해당한다.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서 공정이 줄줄이 미뤄졌고, 현장 곳곳에서 작업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국가 기반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의 핵심 공사 현장까지 여파가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도 타설 작업이 멈춰 섰지만, 파업이 종료되면서 이들 현장도 차례로 정상화될 방침이다. 핵심 시설 공사가 지연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빠른 수습이 시급한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파업에는 팔천여 명에 이르는 수도권 레미콘 운송 기사들이 참여했다. 레미콘은 생산 직후 일정 시간 안에 타설해야 하는 특성상 공급이 한 번 끊기면 곧바로 현장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적은 인원의 파업으로도 건설 현장 전반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이번 사태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파업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급 조절 제도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약 기간이 짧아져 내년 봄 또 한 차례 협상이 예정된 만큼, 반복되는 분쟁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