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삼 세 영국 국왕의 여동생인 앤 공주가 최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앤 공주를 맞아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앤 공주의 이번 방한 일정 가운데 민간 기업을 찾은 것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해, 조선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앤 공주 일행을 현장으로 직접 안내하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HD현대의 조선 기술력을 소개했다. 대형 선박이 건조되는 작업 현장을 둘러본 공주 일행은 훌륭한 조선소라고 평가했다. 이어 앤 공주는 회사의 뿌리를 담은 창업자 기념 공간에도 발길을 옮겼다.
앤 공주와 HD현대의 인연은 고 정주영 창업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앤 공주는 과거 영국에서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벌이던 정주영 창업주를 만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수십 년 전 맺어진 인연이 다시 이어진 자리인 셈이다.
정주영 창업주와 영국을 둘러싼 일화는 조선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정 창업주는 영국의 조선사를 설득하기 위해 오백 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의 건조 기술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얻어낸 은행 추천서가 오늘날 HD현대의 시발점이 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정 회장은 영국을 특별한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는 영국이 단순한 협력국이 아니라 HD현대의 시작을 함께한 특별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창업 초기 도움을 준 나라와 다시 손을 맞잡는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앤 공주의 방문은 시점 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영국은 최근 국가 차원의 조선 전략을 추진하며 함정 분야의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춘 HD현대가 영국이 넓히려는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결국 이번 방문은 과거의 인연을 매개로 미래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한 자리로 풀이된다. 조선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노리는 영국과, 창업 초기부터 영국과 특별한 관계를 이어온 HD현대가 어떤 협력의 그림을 그려낼지 조선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