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의 여파로 오랜 부진에 시달려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등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삼사가 지난 이 분기에 나란히 흑자를 기록하면서, 침체의 터널을 지나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회사가 동시에 흑자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실적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 시점에 있다. 삼사가 모두 흑자를 낸 것은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인 이른바 캐즘에 빠진 이후 칠 분기 만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흔들렸던 만큼, 이번 동반 흑자는 긴 부진을 끊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인 실적을 보면 매출액 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천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삼성SDI는 약 이천억 원, SK온은 팔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세 회사 모두 흑자 규모를 확보하며, 그동안 적자에 눌려 있던 재무 상황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실적 반등을 이끈 핵심 축은 에너지 저장장치, 이른바 ESS였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서, 대량의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ESS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시장의 빠른 성장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삼사는 앞으로 ESS 사업 확대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부진을 메워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ESS가 자리 잡으면서, 관련 투자와 사업 재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흑자가 곧바로 업황 전반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번 실적에는 미국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와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이익이 함께 반영됐기 때문이다. 즉, 순수한 사업 경쟁력만으로 이룬 흑자로 보기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ESS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포드와 GM 등 완성차 업체들까지 ESS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판도가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반기에도 이번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이른바 케이 배터리의 본격적인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