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둘러싼 위기가 매장 안팎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법원이 회생 계획을 실제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절차를 접기로 한 뒤, 각 점포의 분위기도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그 여파로 라면과 우유, 과자 같은 기본 생필품을 납품하던 업체들이 하나둘 발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식품업체 농심에서 나왔습니다. 농심은 지난 주말부터 홈플러스에 라면과 과자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농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대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최근까지 소량 거래를 이어왔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 이후로는 추가 납품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인 협력사가 발을 빼면서 진열대에 빈자리가 생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 안쪽의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홈플러스가 유월에 지급하지 못한 임금만 삼백삼십삼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받아야 할 급여마저 밀린 셈이어서, 회사의 앞날뿐 아니라 하루하루의 생계까지 불안해진 상황입니다.
피해는 협력업체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에 물건을 납품해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 등 백오십 곳이 납품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받지 못한 대금은 한 곳당 평균 칠억 칠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이런 미정산은 곧바로 존폐를 위협하는 무게로 다가옵니다.
시선은 이제 이번 달 십칠 일로 쏠리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이 날까지 긴급 운영 자금 이천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물론 주차와 청소 등을 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대거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자금 마련과 항고 여부가 수많은 일자리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 것입니다.
회생 절차가 폐지되면서 홈플러스는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처지가 됐습니다. 공급을 끊는 협력사, 밀린 임금, 정산받지 못한 납품 대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위기의 파장은 회사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안에 자금을 마련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청산의 길로 향할지에 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