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인문계 전공자만을 대상으로 한 입문학 채용을 진행한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인문학과 어문계열 출신을 겨냥해 별도의 문호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 시도로, 효성으로서도 회사를 세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통상 이공계와 상경계열 지원자를 주로 뽑아온 대기업 채용 관행과는 정반대의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채용 공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원 자격이 인문학이나 어문계열 학위 소지자, 또는 관련 전공으로 팔월에 졸업할 예정인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대다수 기업이 이공계와 상경계열 인재를 중심으로 채용 문을 여는 것과 달리, 효성은 인문학 소양을 갖춘 지원자에게 초점을 맞춘 셈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이 전체 매출의 팔십 퍼센트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문학적 소양과 어학 능력, 그리고 해외 사업장에서 근무하려는 열정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인력을 미리 길러 두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효성은 중공업 등 주력 사업의 대부분에서 해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베트남과 인도, 중국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와 판매 법인을 두고 있어, 현지 사정에 밝고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사업 구조가 이번 인문계 채용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효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인문계 인재를 수시로 찾고 있다. 현대차는 경영 지원이나 글로벌 사업 등의 직무에서 채용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 등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계 출신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인문계 인재의 쓰임새가 넓어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밑바탕에는 최근 복잡해진 해외 사업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관세 이슈 등으로 글로벌 사업 여건이 얽히고설키면서, 현지 정부와 고객을 설득하고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부쩍 커졌다. 기술력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소통과 협상의 영역이 중요해진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한국이 제조업을 발판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중심의 채용 틀을 넘어 인문계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효성의 이번 시도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