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집을 사는 데 가족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상속받은 돈을 쓰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주택 취득 자금 가운데 증여나 상속으로 마련된 돈은 약 3조 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마련에 본인 소득보다 가족의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금액은 이미 지난해 한 해 전체 규모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또 2024년 한 해 전체 규모마저 웃돌았다. 불과 2년 만에 3.5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으로, 증여와 상속 자금이 주택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가세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특정 지역에 돈이 몰리는 현상으로만 보기보다는, 주택을 살 수 있느냐를 가르는 조건이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자산 규모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은 대출로 채우기 어려워진 자금의 빈자리를 가족의 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의 자산 여부가 주택 구입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수요 자체는 여전히 강하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 심리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로 지어지는 집은 줄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4,500여 가구에 그쳐, 1년 전보다 33% 넘게 줄었다.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대출은 막히고, 새로 공급되는 집은 줄어드는 상황이 겹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이어질 경우 가족의 자산 여부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갈리는 현상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기 소득만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