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자국 내 생산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한 것입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한미 간 통상 신경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이번 발언이 나온 자리부터가 상징적이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자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행사에 참석해, 경쟁사인 한국 기업들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미국 기업을 격려하는 무대에서 한국의 두 반도체 기업을 언급하며 압박성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그의 요구는 분명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협력 요청을 넘어, 두 기업의 생산 거점을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러트닉 장관은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그는 마이크론이 앞장서 있는 만큼 결국 한국 기업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기업이 먼저 길을 열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국 산업 보호의 명분도 함께 내세웠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훌륭한 기업과 지식 재산권에 투자하는 이들을 보호하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기조를 다시 한번 확인한 발언입니다.
이번 압박은 시점상 더욱 주목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투자에 무게를 싣는 한국 기업들과, 생산의 미국 이전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 사이에서 통상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