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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산불 피해지에 돌아온 야생 설치류… 자연이 스스로 숲을 되살리다

청송 주왕산 산불 피해지에 돌아온 야생 설치류… 자연이 스스로 숲을 되살리다

지난해 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 야생 설치류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자연 그대로 회복하도록 둔 지역에서 발견된 쥐가 인공조림지보다 훨씬 많아, 숲의 자연 회복력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서, 불이 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생 설치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검게 그을린 숲으로 쥐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무너졌던 생태계가 바닥에서부터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어린 나무를 새로 심은 조림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불에 탄 나무들이 그대로 선 채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남겨둔 국립공원 구역이 펼쳐집니다.

폐허처럼 보이던 이 구역에서도 생명은 이미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검게 탄 참나무 기둥에서는 다시 파란 잎이 돋아났고, 발밑에는 콩과 식물 같은 초본류와 키 작은 관목들이 제법 무성하게 자라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생이 토양 환경을 개선해, 앞으로 다른 식물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취재진이 숲 사이에 놓아둔 포획틀을 열자 등에 까만 줄이 선명한 작은 야생쥐 한 마리가 잡혀 있었습니다. 우리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줄쥐입니다. 적응력이 뛰어나 훼손된 지역이든 온전한 산림이든 가리지 않고 전국에 고루 분포하는 종으로, 불에 탄 숲에 가장 먼저 돌아오는 개척자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돌아온 설치류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숲의 회복을 돕는 일꾼입니다. 이들은 도토리 같은 나무 열매를 물어다 땅속 곳곳에 비상식량으로 숨겨두는데, 그 가운데 잊어버린 것들이 이듬해 싹을 틔웁니다. 또 바람에 스스로 날아갈 수 없는 무거운 씨앗들을 이리저리 옮겨, 불에 탄 땅에 새로운 나무가 퍼지도록 돕습니다.

이런 회복의 힘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산불 피해지 설치류 모니터링 연구를 보면, 자연 그대로 회복하도록 둔 지역에서 발견된 설치류는 네 종 사백열일곱 마리로, 사람이 나무를 심은 인공조림지보다 한 배 반 이상 많았습니다. 자연 회복지의 개체 수와 종류가 인공조림지를 뚜렷하게 앞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숲의 구조를 꼽습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한 숲은 키 큰 나무부터 낮은 풀까지 수직적, 수평적으로 구조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설치류가 몸을 숨기고 먹이를 구할 공간이 한층 풍부해집니다. 그 결과 종 다양도와 개체 풍부도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악의 산불이 할퀴고 간 자리에서, 자연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스스로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물론 산림 경영이나 숲에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인공 조림도 여전히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숲과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린 적이 있는지 이제는 돌아볼 때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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