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이 넘칠 경우 침수 위험이 크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전국 지하차도 백팔십이 곳의 목록을 MBC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삼 년 전 오송 참사 당시 하천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바로 옆에 있던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던 것처럼, 하천과 가까운 지하차도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번 목록을 통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목록에 오른 지하차도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감사원과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요 도로가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이런 위험이 집중되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천과 도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보니, 물이 불어나면 지하차도가 그대로 침수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안양천을 따라 양천구 다섯 곳과 영등포구 네 곳의 지하차도가 목록에 올랐다. 이들 지하차도는 하천에서 백 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고, 실제로 지난해 여름에도 물에 잠겨 한동안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서울 동북권에서는 중랑천 변의 지하차도가 대거 포함돼 동대문구 여섯 곳과 노원구 세 곳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랑천 변의 월계삼 지하차도는 하천과의 거리가 사십칠 미터에 불과했다. 바로 옆 중랑천은 물이 빠르게 불어나는 특성이 있어, 이 지하차도는 큰 비가 내릴 때마다 수시로 통제되고 있다. 서울에 더해 경기 사십팔 곳과 인천 세 곳 등 수도권에서만 모두 백두 곳이 목록에 올라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수도권에서는 낙동강과 그 지류를 낀 영남 지역에 하천 범람 위험 지하차도가 가장 많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영남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낙동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자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곳곳의 강변도로와 주차장, 산책로가 통제됐고, 지난해에도 집중호우로 부산과 경남 의령, 창녕의 강변도로가 막히는 등 장마철마다 도로 통제가 되풀이됐다.
영남권 안에서는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을 낀 대구가 열두 곳, 낙동강 본류와 여러 지류가 흐르는 경남이 열세 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남에서는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이 흐르는 밀양이 여섯 곳으로 가장 많아, 강과 도시를 관통하는 물줄기를 낀 지역일수록 위험 지하차도가 많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지하차도를 대상으로 침수 위험 시 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지역은 침수 위험 지하차도와 안전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도 남아 있다. 한편 삼 년 전 오송 참사와, 열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이천십일 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처럼, 물과 맞닿은 도로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