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중호우로 경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은 안동과 의성이다. 지난 십칠일부터 이 일대에는 이백 밀리미터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대형 산불이 났던 산에서 토사와 나무들이 비에 쓸려 내려오면서 침수 피해를 한층 키웠다. 불로 나무가 사라진 산비탈이 폭우를 그대로 흘려보내면서, 산 아래 마을들이 물과 흙에 잠기는 이중의 재난으로 이어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난해 산불로 집을 잃었던 이재민들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산불 이재민들이 일부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한 마을에서는 교회 첨탑이 쓰러져 건물을 덮쳤고, 인근의 콩밭은 순식간에 뻘밭으로 변했다. 겨우 새 삶을 시작하려던 이들에게 이번 폭우는 또 한 번의 큰 상처를 남겼다.
쏟아진 폭우에 마을 전체가 흙탕밭이 되면서 주민들은 급박한 상황에 놓였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는 상황에서 서로를 붙잡고 높은 곳으로 피하면서,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고비를 힘겹게 넘긴 것이다.
산불 이재민들이 머물던 또 다른 마을의 피해는 더욱 컸다. 이 마을에서는 주택 열한 동이 모두 물에 잠기거나 아예 떠내려갔다. 지난해 산불로 집을 잃고, 채 일 년여 만에 이번에는 수해로 또다시 터전을 잃게 된 이재민들은 두 번의 재난을 잇따라 겪으며 삶의 기반을 통째로 흔들리게 됐다.
이번 피해가 유독 컸던 배경에는 지난해 산불의 흔적이 있다. 불에 타 방치돼 있던 산불 피해목들이 폭우에 휩쓸려 하천으로 밀려들었고, 결국 물이 넘치면서 주민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나무가 사라진 산이 빗물을 붙잡지 못한 데다, 떠내려온 나무와 토사가 물길을 막으면서 침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이다.
피해가 커지면서 대피에 나선 주민도 크게 늘었다. 경북 여덟 개 시군에서 사백칠십여 명이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이 가운데 여든여 명은 이번 비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침수와 토사로 집과 마을이 크게 훼손되면서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불에 이은 수해라는 이례적인 상황은 재난이 한 지역에 어떻게 잇따라 겹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큰 산불이 지나간 자리는 나무와 토양이 약해져 있어, 이후 큰비가 내리면 토사 유출과 침수에 훨씬 취약해진다는 점이 이번에 다시 확인됐다. 두 차례 재난을 겪은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산불 피해지의 사후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