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안동과 의성, 문경 등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해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이재민들이 머물던 임시주택 일부가 이번 폭우에 다시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한밤중에 급히 몸을 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북 북부에서만 수백 명이 안전을 위해 미리 대피했고, 피해 신고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재난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역이 또 한 번 수해를 입으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상 상황부터 보면, 어젯밤 안동 남선면에는 한때 시간당 육십오 점 오 밀리미터에 이르는 거센 비가 쏟아졌다. 의성과 문경 등에서도 강한 비가 이어졌다. 지난 이틀 동안 강원도와 경북 지역에는 이백 밀리미터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는데, 이 가운데 밤사이 피해가 경북 북부 지역으로 집중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이 불어나고 도로가 잠기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고, 일부 지역에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도 있었다. 어젯밤 안동시 나무면의 한 유원지에서는 캠핑카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 안에 타고 있던 탑승객 두 명은 다행히 구조돼 큰 화를 면했다. 계곡이나 하천 주변은 비가 많이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날 수 있어, 이런 곳에서의 야영은 특히 위험하다는 점이 이번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당국은 비가 이어지는 동안 물가 접근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도로도 곳곳에서 끊겼다. 의성 단춘면에서는 호우로 도로 일부가 유실되면서 지나던 차량이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노면 아래 지반이 쓸려 나가면서 도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도로라도 비가 많이 내린 뒤에는 지반이 약해져 있을 수 있어, 유실 위험이 있는 도로나 저지대 통행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난해 산불 이재민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지내던 의성 단촌면과 안동 일직면의 임시주택 일부가 이번 폭우에 침수됐다. 주변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유실되면서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주택에까지 물이 들이닥쳤고, 주민들은 한밤중에 급히 대피해야 했다. 큰 재난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번 수해를 입으면서 이재민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대피도 잇따랐다.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안동 일흔다섯 명, 의성 백쉰여섯 명 등 모두 이백구십여 가구, 사백여 명이 안전을 위해 미리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우로 인한 피해 신고도 백팔십여 건 넘게 접수됐다. 당국은 하천 주변과 산사태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비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 후반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많겠다며, 돌풍과 벼락을 동반한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오늘도 강원 지역에는 최대 육십 밀리미터, 경북 지역에는 최대 팔십 밀리미터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산림청은 그동안 이어진 강수와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의 취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상북도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상향했고,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전국 열네 개 시도에는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특히 산림청은 안동과 영주, 예천 등 여섯 곳에는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며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데, 이날 경북 봉화에서는 실제로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이미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추가 강수가 이어질 경우 하천 범람과 도로 유실, 산사태 등 피해가 되풀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