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면 무더위가 찾아오는 것은 예년과 같지만, 올해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 일대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덮치는 유례없는 복합 기후 재난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까지 경남 양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었다. 폭염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가뭄의 흔적은 저수지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축구장 하나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한 저수지는 물이 일부분에만 아주 조금 남아 있고, 그마저도 악취가 심하게 나는 상태다. 저수지 아래쪽 논밭은 초록빛을 잃어가고 있다.
인근 밀양의 또 다른 저수지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 저수지의 담수율은 단 3.5%에 그쳤는데, 지난해 이맘때 98%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심한 수준이다.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양산에는 단 0.3mm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고, 밀양도 7.4mm에 불과했다. 사실상 마른장마에 이어 비 소식이 끊긴 셈이다.
생활용수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밀양댐은 가뭄 경계 단계에 들어섰고, 대구와 경산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청도 운문댐은 가뭄 심각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지역에서 70년 가까이 살아온 주민들은 폭염과 가뭄이 한꺼번에 온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 같은 폭염과 가뭄의 복합 재난이 이번 세기 말에는 5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