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경기 북부 지역에 세찬 장맛비가 쏟아진 가운데, 임진강 수위가 빠르게 오르며 연천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 임진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조절하는 군남댐은 수문 열세 개 가운데 열 개를 열고 물을 방류하고 있다. 방류량은 초당 육천구백사십 톤, 유입량은 초당 칠천육백사십구 톤으로 들어오는 물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댐 수위는 삼십오 미터를 넘어섰는데, 댐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한계치인 사십 미터까지는 오 미터 정도만 남은 상태다. 수문에서는 흙탕물이 거센 물살과 함께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이 크게 불어난 데는 북한 쪽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강 최북단에 있는 필승교의 수위는 십 점 일이 미터까지 올라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오전 한때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짧은 시간 사이 물이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당국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에서 물을 일부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집중호우와 겹치면서 하류의 수위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진강 유역은 필승교의 수위를 기준으로 네 단계로 나눠 홍수를 관리한다. 수위가 칠 점 오 미터를 넘어서면 접경지역 위기 대응의 관심 단계가 내려지는데,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은 임진강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내고 경고 방송을 내보낸다. 이번에도 수위가 기준을 넘어서면서 주변 지역에 대한 안전 안내가 이뤄졌다.
북한 황강댐 방류와 경기 연천 지역의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오전 열한 시 사십 분을 기해 연천 임진교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후 비가 다소 잦아들면서 이 지점의 홍수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다만 군남댐이 있는 곳에서 임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필승교의 수위는 여전히 높은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하류 지역의 상황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필승교보다 하류에 있는 임진교의 수위는 십일 미터에 육박했는데, 하루 만에 구 미터 이상 치솟은 것이다. 더 아래쪽인 비룡대교 일대에는 홍수주의보가 새로 발령됐고, 오후 다섯 시부터는 임진교와 북삼교의 차량 통행도 통제됐다. 당국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 일대에 긴급구조통제단을 배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이번 비는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특히 거세게 쏟아졌다. 서울 은평과 인천 부평, 경기 연천에서는 한때 시간당 오십 밀리미터가 넘는 물벼락이 떨어졌다. 인천 강화에서도 시간당 오십칠 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에게 호우 재난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면서 곳곳에서 침수 우려가 커졌다.
이번 비구름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 사이에서 수증기가 압축되며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 북부에는 세찬 비가 퍼부었지만, 경기 남부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만큼 비구름의 폭이 좁게 형성됐다. 좁은 띠 모양의 강한 비구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지역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기상 당국은 앞으로도 비구름이 계속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충남, 강원 지역에 팔십 밀리미터 안팎의 국지성 호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마 구름은 당분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이며, 장맛비는 주 후반까지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주부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곳이 많은 만큼,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하천이나 지하 공간에는 접근하지 말고 산사태와 축대 붕괴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