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는 극한의 더위가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경북 경산과 포항에는 오늘 오전 사상 처음으로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낮 시간 공원의 산책로는 텅 비었고, 그나마 시원한 물줄기 주변에만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드는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폭염 중대경보는 이번에 처음 실전에 적용된 최고 단계의 경고입니다. 당국은 기존의 폭염특보 제도를 십팔 년 만에 삼 단계로 강화해 지난달 이 경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최근의 더위가 과거의 기준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발령 기준은 매우 엄격합니다. 체감온도 삼십오 도 이상의 더위가 이틀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체감온도 삼십팔 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 삼십구 도 이상이 예상될 때 비로소 중대경보가 내려집니다. 경산과 포항이 이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번 더위의 강도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실제 기온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경산 하양읍은 어제 최고기온이 삼십구 점 구 도까지 올랐고, 오늘 낮에도 최고기온이 삼십육 점 사 도를 기록했습니다. 도심 곳곳에서는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한낮의 열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런 극한 더위의 배경으로는 이른바 이중고기압이 지목됩니다. 한반도 하층을 덮은 북태평양 고기압 위로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한 번 더 뒤덮으면서, 뜨겁고 습한 공기가 거대한 뚜껑에 갇힌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열이 고이기 쉬운 분지 지형까지 겹치며 더위가 한층 더 독해졌습니다.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에만 온열 질환자가 아흔아홉 명 늘어, 올해 들어 집계된 온열 질환자는 누적 육백삼십육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도 두 명으로 파악됐습니다. 방역 당국은 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얼마든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국은 중대경보 지역 주민들에게 모든 야외활동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할 것을, 또 홀로 지내는 가족과 이웃의 안부까지 살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오늘 밤에도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번 더위는 모레 수도권과 강원, 충청 등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잠시 누그러질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