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극한 폭염에 사람만 지치는 것이 아니라 꿀벌까지 더위에 시달리면서 양봉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무더위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벌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자칫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로 관리해야 하는 양봉의 특성상, 폭염은 벌은 물론 농민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장의 모습은 이런 우려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땡볕 아래 육십 개가 넘는 벌통이 줄지어 놓여 있는데, 평소 같으면 벌들이 벌통 안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벌들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벌통 바깥벽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는 벌통 주위를 힘없이 날아다니기만 할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벌들이 벌통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상황입니다. 벌통 밖에 머무는 벌들은 말벌이나 새와 같은 천적에게 그대로 노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벌통 안에서 무리를 이뤄 활동해야 안전하지만, 더위 때문에 밖으로 밀려나면서 천적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것입니다. 더위가 벌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중의 위험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벌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이맘때는 벌통 안에서 알을 낳아 개체수를 늘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무더위가 계속되면 이 개체수를 제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벌의 번식과 활동이 위축되고, 상황이 심해지면 벌 무리 전체가 한꺼번에 죽는 집단 폐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벌통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벌통 위에 스티로폼 가림막을 올려 직사광선을 막거나, 벌통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벌통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만들어 벌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마땅한 대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벌을 돌보는 농민들의 사정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보호 장비를 갖춰 입고 있으면 숨은 턱턱 막히고 땀은 비 오듯 흐릅니다. 일부 농민은 목에 작은 선풍기를 걸고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벌통을 살피고 있습니다. 벌도 사람도 모두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 폭염이 농가에 남기는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양봉 농가의 어려움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의 작업은 되도록 피하고, 수분을 자주 섭취하면서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벌과 농민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