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오후 네 시를 기해 서울 동남권과 서남권 지역에 폭염 중대 경보가 발령됐다. 서울 지역에 폭염 중대 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일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서울까지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 대상에 들어가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극한 더위에 대한 각별한 경계가 필요해졌다.
폭염 중대 경보는 낮 기온이 삼십구 도 이상이거나 체감 온도가 삼십팔 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단순히 더운 날씨를 넘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더위라는 의미다. 기상 당국은 이런 극한 더위가 이어지는 만큼 온열 질환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 기온은 삼십칠 도까지 올랐다. 취재진이 나가 있던 광화문 대로변은 햇볕이 뜨거운 데다 습도까지 높아 체감 더위가 한층 심했다. 특히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비접촉 온도계로 재보니, 기계로 측정 가능한 최대치인 오십 도를 훌쩍 넘겨 현재로선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볕에 지열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더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강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이동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더위가 더욱 가혹하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배달기사들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물론 근처 차량이 내뿜는 열기까지 그대로 받아야 한다. 여기에 헬멧 등 보호장구까지 착용하다 보니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서울시와 구청 등 지자체는 냉방 설비를 갖춘 무더위 쉼터 서른 곳을 마련했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번 달에는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쉼터를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폭염은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는 높은 기온에 변형된 탓인지 건물 옥상의 유리가 깨지는 일이 벌어졌다. 검은 옷을 입은 시민이 건물 앞을 지나가자 곧이어 하얀 가루가 우수수 쏟아졌는데, 이는 다름 아닌 유리 파편이었다. 마주 오던 어린아이를 비롯해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피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온열 질환자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번 더위는 두 개의 폭염 고기압이 한반도를 동시에 덮고 있는 상황에서 산맥을 넘어온 뜨거운 열풍까지 더해진 결과다. 기상 당국은 이번 주 내내 수도권 등 서쪽 지역에서도 극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한낮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물을 자주 마시는 등 온열 질환에 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자외선이 매우 강한 만큼 외출 시 모자나 양산을 챙겨 체감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