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북부에 강한 비가 집중되면서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정체전선 위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남쪽의 수증기를 강하게 끌어올리며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퍼부은 것이다. 비의 기세가 거세지자 정부는 재난 대응 단계를 끌어올리며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강수 강도는 매우 강했다. 오늘 새벽 서울 곳곳에는 시간당 육십 밀리미터가 넘는 물벼락이 쏟아졌고, 자정부터 이어진 누적 강수량이 이미 백 밀리미터를 넘어선 곳들이 나왔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수도권 남부와 강원 내륙, 충남 일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인명 대피도 잇따랐다. 주택이 침수돼 고립됐던 일가족 다섯 명이 무사히 구조돼 인근 숙박시설로 몸을 피했고, 충남과 경북, 대구 등지에서는 모두 이십팔 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큰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재산 피해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전국에서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긴 사례가 스물두 건, 폭우로 인한 토사와 낙석이 쏟아진 경우가 백팔십여 건 등으로 집계됐다. 안전을 위해 국립공원 열 곳과 도로 등 이백오십여 개 구간의 통행이 통제됐고,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파주의 국도도 일부 막혔다. 대구에서는 신천의 물이 평상시보다 이에서 삼 미터가량 불어 범람 직전까지 차오르면서 신천 동로의 통행이 막혔다.
비가 이어지면서 추가 경보도 잇따랐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서울 너부대교와 포천대교, 동두천 송천교, 고양 원당교 등 네 곳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하고, 하천 수위 상승과 범람이 우려되는 만큼 하천변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산림청은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네 단계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경계 단계로 올렸으며,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열두 개 시도에는 주의 단계가 내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새벽 네 시 반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의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 단계 비상근무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경기도 부천의 폐쇄회로 화면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며 차량들이 비상등을 켠 채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기상 당국은 오늘 오전까지가 이번 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체전선 위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계속해서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어, 오전 사이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지면서 이틀 동안 전국에 구백팔십여 차례의 낙뢰가 관측됐고, 경북에서만 오백여 회가 쳤다. 올여름 장마가 시작된 뒤로 전국에 내리친 벼락은 오천칠백여 차례에 이른다.
비는 오전 이후 잦아들다가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 사이 저기압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남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전북과 경북에도 백이십 밀리미터가 넘는 많은 비가 더 내릴 수 있는 만큼, 저지대 침수와 지하차도 사고, 지반이 약해진 곳의 산사태 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