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도 사람처럼 엑스레이나 CT로 몸 안을 들여다보면 뜻밖의 것이 나오곤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최대 규모의 CT 촬영 장비로 조선시대 불상의 몸속을 들여다봤다. 검사대 위에 가부좌를 튼 금빛 불상을 올려놓자, 장비가 천천히 회전하며 촬영을 시작했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던 불상의 몸속이 화면에 훤히 드러났다.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듯, 오래된 불상이 처음으로 속을 비추어 보인 셈이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던 내부의 비밀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검사대에 오른 것은 조선 광해군 때 만들어진 보물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다. 나무로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만들어진 지 사백여 년이 지났지만, 몸속을 제대로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세월 법당에 모셔져 온 불상이 사백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른바 건강검진을 받은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형태만 보고 짐작해 온 제작 방식과 내부 구조를, 이번 촬영을 통해 비로소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촬영 결과 가장 눈에 띈 것은 불상 머릿속에서 나온 유물이었다. 불상을 만들 때는 그 안에 경전이나 여러 물건을 넣는데, 이렇게 넣는 유물을 복장물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이런 복장물을 주로 불상의 몸체 안에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촬영에서는 몸체뿐 아니라 머리 안에도 유물을 넣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박물관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머릿속에 든 것은 경전이나 다라니 등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겉에서는 결코 알 수 없던 봉안 방식이 CT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제작 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이번 촬영을 통해 불상이 몸체를 먼저 만든 뒤 얼굴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하나의 나무를 통째로 깎아낸 것이 아니라, 부분을 나누어 만든 뒤 이어 붙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부 구조와 제작 방식을 확인하면 불상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손길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한층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눈으로 볼 수 없던 부분이 확인되면서 유물의 내력을 읽는 실마리가 늘어난 셈이다.
이런 조사가 가능해진 것은 박물관이 새 장비를 들여온 덕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십삼 억 원을 들여 새로운 원통형 CT 장비를 도입했다. 예전에는 유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촬영해야 했지만, 새 장비로는 최대 삼 미터 크기의 유물까지도 고정한 채로 더 편하게 찍을 수 있다. 특히 유물의 상태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촬영 도중 유물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 손상을 주지 않고 속을 들여다보는 비파괴 조사에 한층 유리하다. 값진 문화재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안쪽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문화유산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감싼 붕대를 풀지 않고도 CT 촬영으로 그 안에 든 보석과 부장품을 확인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할 당시 파묻힌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CT로 스캔해, 타서 굳어버린 두루마리를 펼치지 않고도 그 안에 적힌 문자를 판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문화유물 가운데도 속을 들여다보고서야 정확한 쓰임새를 확인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유물은 CT 촬영을 하고 나서야 그저 조각상이 아니라 물을 담는 주전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술잔인 계영배 역시 술을 일정 높이 이상 부으면 아래로 흘러나가도록 만들어진 내부 구조를,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가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 조사 방식은 천구백칠십육 년 이쑤시개 같은 도구를 쓰던 데서 출발해, 천구백팔십 년대 처음 엑스선 장비를 들여왔고, 이천 년대 초에는 대학병원의 CT 장비를 빌려 쓰기도 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 유물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그 속뜻을 정확히 읽어내려는 보존과학의 노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