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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작가들, 인공지능 거치지 않은 정물 사진전 열어

국내 대표 작가들, 인공지능 거치지 않은 정물 사진전 열어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국내 대표 사진작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거치지 않은 정물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한국 현대사진의 거장 구본창 작가와 정희승, 김수강 등이 돌과 병, 너트와 과일 같은 평범한 사물에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배우들의 인물 사진을 찍어온 조선희 작가는 썩어가는 과일을 작은 행성처럼 포착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김경훈 기자의 책 '인공지능 시대의 사진'은 좋은 사진의 의미와 본질을 물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시선과 경험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인공지능을 거치지 않은 정물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손쉽게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지금, 사람이 직접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담아낸 사진의 의미를 되묻는 자리입니다. 인공지능 이미지와 사람이 찍은 사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전시는 조용히 보여 줍니다.

전시에 걸린 한 작품은 붉은 점들이 찍힌 컵을 담고 있습니다. 언뜻 음료가 담겼던 흔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카페 직원이 주문을 받으며 무심코 꽂아둔 빨간 색연필이 남긴 자국입니다. 작가는 이 작은 흔적을 통해, 그 컵이 거쳐 온 무수한 시간을 사진으로 이야기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물 하나에도 숱한 시간과 사연이 스며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꼽히는 구본창 작가를 비롯해 정희승, 김수강 등 국내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공지능 기술을 거치지 않은 정물 사진을 선보입니다. 화제가 되는 새로운 기술 대신, 작가가 직접 대상을 마주하고 셔터를 누르는 전통적인 방식의 사진이 전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전시의 주인공은 화려한 인물도, 거대한 풍경도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작가들은 돌과 병, 너트와 과일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상에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냈습니다. 누구나 지나치기 쉬운 물건들이 작가의 시선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얻고,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오랜 시간 배우들의 인물 사진을 찍어온 조선희 작가는 이번에 전혀 다른 대상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썩어가는 과일을 작은 행성처럼 포착해, 사그라드는 것 속에서 또 다른 시작을 읽어냈습니다. 소멸해 가는 과일을 죽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기록한 셈입니다. 사라짐과 생성을 한 화면에 담아낸 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한국인 사진 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김경훈 기자의 책 '인공지능 시대의 사진'도 같은 물음을 던집니다. 이 책은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와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습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더라도, 그 과정에는 실재하는 시간과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결과물의 정교함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사진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전시와 책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시선과 경험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시대일수록,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사람의 시간과 감정이 지니는 무게는 더 또렷해집니다. 작가들은 평범한 사물과 정직한 시선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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