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음나무 가운데 하나인 강원도 삼척 궁촌리 음나무가 뿌리째 뽑힌 채 발견됐습니다. 높이 십칠 점 오 미터, 둘레 육 점 사 미터에 이르는 이 고목은 울타리를 넘어 그대로 쓰러졌고, 얼마 남지 않은 뿌리는 완전히 뽑힌 채 공중에 떠 있는 상태입니다.
수령이 천여 년에 이르는 삼척 궁촌리 음나무는 지난 십육일 갑자기 뿌리째 뽑혔습니다. 하루 전 바람이 약간 불기는 했지만, 이렇게 큰 고목이 순식간에 쓰러진 것을 두고 마을 주민들은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주민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며 단오제를 지내고 함께 잔치를 벌였습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 온 나무였던 만큼, 갑작스러운 소실에 주민들이 느끼는 안타까움은 큽니다.
국가유산청과 지자체의 확인 결과, 이번 전도는 나무의 지지력 약화와 세균 번식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고목이 결국 뿌리 부분의 문제로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사전에 감지됐다는 점입니다. 국가유산청과 지자체는 이미 지난 오월 현장 조사를 통해 이 고목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지대 설치 등 긴급 대책이 마련되고 있었지만, 예산 확보와 행정 절차를 준비하는 사이에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습니다. 위험성을 알고도 제때 보완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음나무 고목 주변에는 후계목이 자라고 있어 명맥을 이어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천 년 가까이 마을과 함께해 온 고목이 예고된 위험 속에서 쓰러진 만큼, 뒤늦은 대처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