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불로 큰 상처를 입었던 경북 의성 운람사가 복원의 첫걸음을 알리는 낙성법회를 봉행했다. 화마가 할퀸 자리에서 다시 법당의 문을 여는 자리에는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잿더미를 딛고 사찰이 새롭게 출발하는 순간을 지켜봤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도량이 화재의 아픔을 넘어 제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지역민들에게 운람사는 오랜 세월 곁을 지켜온 도량이었던 만큼, 낙성법회는 단순한 건물 준공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복원은 이번 낙성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문화유산당국은 총사업비 칠십억 원을 들여 운람사에 남아 있는 나머지 전각들에 대한 복원공사도 함께 시작했다. 불에 타거나 손상된 건물들을 하나하나 되살리는 대규모 작업으로, 사찰 전체가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공이 들어갈 전망이다. 첫 전각의 복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음 단계에 착수한 것이어서, 사찰 재건이 한동안 지역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운람사의 복원은 지난해 산불로 훼손된 문화재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문화재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운람사가 먼저 복원의 궤도에 오른 것은, 이 사찰이 지닌 역사적·문화재적 가치가 그만큼 크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제 모습을 되찾도록 하려는 의지가 복원 속도에 담겼다. 그만큼 운람사의 복원 성과는 산불 피해 문화재 전반의 회복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 특히 학계의 눈길을 끈 것은 뜻밖의 유산 발굴이었다. 지난해 십일월, 산불을 피해 미리 대피시켜 두었던 불상을 대상으로 복장조사가 이뤄졌는데, 그 안에서 필사본을 비롯한 여러 유산이 쏟아져 나왔다. 불상 안에 봉안돼 있던 유물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화재를 앞두고 불상을 서둘러 옮겨 둔 조치가 결과적으로 소중한 유물을 지켜낸 셈이 되면서, 대피 판단의 중요성도 새삼 부각됐다.
무엇보다 이 유산들 가운데는 오백 년 전 초기 한글과 관련된 자료가 포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한글이 만들어진 뒤 이른 시기의 흔적을 담은 자료인 만큼, 국어와 문헌 연구 분야에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 위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산불이라는 재난이 역설적으로 오래 감춰져 있던 문화유산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재난으로 잃을 뻔한 유산이 오히려 복원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발굴은 사찰 복원의 또 다른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낙성법회 현장에는 조계종 스님들은 물론, 지난해 산불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던 안동과 의성의 주민들까지 천여 명이 모여들었다. 사찰의 재건이 단지 한 도량만의 일이 아니라, 같은 불길에 삶의 터전을 위협받았던 지역민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당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재난의 기억과 회복의 다짐이 함께 자리했다. 법회를 지켜본 주민들은 사찰의 재건에서 자신들의 일상 회복을 함께 겹쳐 보며 위로를 얻는 모습이었다.
이날 모인 이들은 화마가 남긴 상처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서로 다짐하며 격려했다. 사찰을 되살리는 일이 곧 지역 공동체가 함께 다시 일어서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공감대 속에서, 운람사의 복원은 의성 지역이 산불의 아픔을 넘어서는 상징적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은 전각들의 복원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역의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운람사의 종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까지 남은 과정도 지역이 함께 지켜볼 몫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