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 속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 변압기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정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MBC뉴스가 보도했다. 어제 새벽 두 시쯤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오백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인근 노원구와 영등포구, 인천 계양구에서도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정전이 이어진 아파트 단지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고, 가로등마저 모두 꺼져 있었다. 문제가 된 곳은 대부분 지은 지 이십 년이 넘은 아파트들로, 지어진 지 사십 년에 가까운 단지도 있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모두 낡은 변압기가 말썽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아홉 시간째 정전이 이어진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 전기실에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톤짜리 새 변압기를 크레인으로 내려보내고, 전기공들이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터져버린 낡은 변압기는 아랫부분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정전의 원인은 급증한 전기 사용량을 낡은 변압기가 감당하지 못한 데 있다. 수십 년 전 설치된 변압기는 용량이 작아, 집집마다 늘어난 에어컨과 인덕션, 건조기 같은 고전력 가전제품을 감당하기 어렵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런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미리 교체하지 못한 곳이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변압기 교체에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고, 입주민들의 합의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전이 실제로 발생하고 나서야 응급복구 형태로 변압기를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공동주택의 노후 변압기를 교체할 때 정부는 많게는 팔십 퍼센트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다만 이와 관련한 예산은 이천이십삼 년 이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