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에 두 배로 베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쏠리면서, 한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덜 오른 것으로 나오자 급등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육 분 만에 여지없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짧은 시간에 지수가 요동치며 매매가 일시 정지된 것이다.
이런 매매 정지 조치는 올해 들어서만 서른여섯 번째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집중됐다. 시장을 뒤흔들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도 변동성이 계속해서 커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상품군으로의 쏠림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열여섯 개 단일 종목 ETF의 거래대금은 십삼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삼십사조 원의 삼분의 일 이상에 해당한다. 결국 시장 자금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등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투자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런 진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온다. 외국의 전문가들 역시 한국 증시의 유별난 급등락 원인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꼽고 있다. AI 열풍을 타고 전 세계 반도체 주식 자체의 변동폭이 커진 만큼, 여기에 두 배 레버리지가 더해지면서 등락의 진폭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관리해야 할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회의에서 명확한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동성 완화 정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렸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키운 셈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고, 이재명 대통령도 업무 보고 자리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관리자로서 책임이 있다며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증권업계에서도 이미 형성돼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과 함께 현재 천만 원인 예탁금 기준을 더 높이는 등 자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식 자체의 변동성이 큰 국면인 만큼 투자자들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