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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팔백조 확장 재정, 한은은 금리 인상… 정책 엇박자 우려

정부는 팔백조 확장 재정, 한은은 금리 인상… 정책 엇박자 우려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을 역대 최대인 팔백조 원 이상으로 편성하며 확장 재정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삼 년 육 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에 나섰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방향이 엇갈리면서 정책 효과가 서로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환율 속에서 우리 경제의 두 축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으로 짜겠다고 예고한 반면, 한국은행은 삼 년 육 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한쪽은 돈을 풀고 다른 한쪽은 거둬들이는 형국이어서, 정책 효과가 서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역대 최대 규모인 팔백조 원 이상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에 따라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확장 재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늘어난 세수를 발판 삼아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이번 예산의 확장 강도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본예산이 한 해 사이 십 퍼센트 넘게 늘어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이천구 년 이후 십팔 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가 이례적인 규모로 재정의 고삐를 풀었다는 의미로, 씀씀이의 폭이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확장 재정이 자칫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으로 삼 퍼센트대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도 천오백 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물가와 환율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재정까지 대거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통화정책과의 엇박자가 불거진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 기조에 들어섰는데, 정부의 확장 재정이 시중에 돈을 풀면서 금리 인상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를 누르려는 힘과 경기를 띄우려는 힘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 지출의 형태와 규모, 집행 속도에 따라 해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을 풀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어느 속도로 집행하느냐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재정과 통화가 무조건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처럼 재정 지출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확장 재정과 금리 인상이라는 상반된 처방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두 정책이 서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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