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중독 치료기관이 의사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결국 입원병동 운영을 멈췄습니다. 경남에 있는 국립부곡병원은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공공 의료기관이지만, 이제는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방 의료 현장이 겪고 있는 인력난이 마약 치료라는 필수 영역에서까지 심각한 공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지방 의료 붕괴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이 병원의 상황은 전문의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이 쏠려 있는 구조입니다.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영인 부장은 올해 일흔 살로, 이미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매일 병원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사실상 그 한 명뿐이다 보니, 환자 진료는 물론이고 각종 행정 업무까지 모두 그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계속 쌓이고 있는 셈입니다.
부곡병원이 마약 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병원은 전국에 있는 서른세 개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아흔 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마약 치료기관인 셈입니다. 그만큼 이곳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전국의 마약 중독 치료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할 만한 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운영 중단이 남기는 공백은 더욱 큽니다.
하지만 이 병원의 마약병동은 지난 사 월부터 사실상 운영이 멈춰 섰습니다. 최근 오 년 동안 이 병원에서 치료와 보호를 받은 마약류 중독자는 오백이십구 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삼백이십구 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입원 치료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 온 곳이지만, 이제는 그 문이 닫힌 것입니다.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부터는 응급 입원병동마저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전문의 한 명만으로는 밀려드는 입원 환자까지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시급한 응급 환자조차 제때 입원시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면서, 마약 중독 치료의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인력 부족이 곧바로 진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병원 측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해에만 아홉 차례에 걸쳐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한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필요한 지역과 진료 과목에 의사가 제대로 배치되지 못하는 인력 불균형 문제가, 이번 사례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특히 기피 분야로 여겨지는 마약 중독 치료 영역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한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와, 낮게 책정된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는 방안, 그리고 지역의 필수·공공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대책들이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