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로 삼십 주년을 맞아 화려하게 개막을 선언했습니다. 삼십 년 전 여름, 경기도 부천에서 작은 영화제 하나가 조용히 막을 올렸지만, 그 시작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 영화 축제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부천 영화제는 처음부터 여느 영화제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예술 영화들을 모아 작품성을 겨루던 다른 축제들과 달리, 독특한 이른바 B급 감성과 뚜렷한 장르 영화, 그리고 일부 팬만이 열광하는 마니아 영화들을 과감하게 끌어안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삼십 년간 특이하고 개성 강한 영화만을 고집해 온 부천 영화제는, 주류 영화계가 쉽게 품지 못하는 실험적인 장르 영화들의 실험장을 자처해 왔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한 이 뚝심이 부천을 다른 영화제와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천을 거쳐 간 영화인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이천칠 년 부천에서 단편 심사위원상을 받은 나홍진 감독은 이후 우리나라 장르 영화의 거장으로 성장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의 한준희 감독, 그리고 부산행과 반도를 만든 연상호 감독 역시 부천을 거쳐 갔습니다. 부천이 한국 장르 영화의 산실 역할을 해 온 셈입니다.
삼십 주년을 맞은 올해도 부천 영화제는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갑니다. 실제로 촬영한 영상과 인공지능이 생성한 영상을 뒤섞은 하이브리드 영화가 선보이는 등, 기술과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삼십 살을 맞은 부천 영화제가 앞으로 어떤 판타스틱한 영화를 찾아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B급과 장르, 마니아라는 정체성을 삼십 년간 지켜 온 만큼, 부천은 올해도 낯설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작품들로 관객과 만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