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뒤편,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더라도, 그룹이 활동을 이어가는 평균 기간은 사 년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공을 향해 무대에 오르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분석은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가 진행했습니다. 김 교수는 천구백구십육년 HOT를 시작으로 삼십 년간 등장한 아이돌 그룹 천백여 팀을 전수 조사해 이들의 활동 궤적을 살펴봤습니다. 국내 아이돌 시장의 흐름을 오랜 기간에 걸쳐 통째로 들여다본 셈입니다.
분석 결과 전체 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사 년에 불과해, 표준 전속 계약 기간인 칠 년조차 채우지 못했습니다. 데뷔 후 삼 년 안에 드러난 성과가 사 년 차 이후 투자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가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초반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활동을 접거나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별에 따라서도 생존 기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걸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은 삼 년으로, 오 년으로 집계된 보이그룹보다 더 짧았습니다. 여성 아이돌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확인된 것입니다.
정상급 성과를 거둔 그룹은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백만 장 이상을 판매해 이른바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린 그룹은 천백여 팀 가운데 열아홉 팀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전체의 일점육 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로, 대다수 그룹은 밀리언셀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활동을 마쳤습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케이팝의 화려함 이면에,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짧은 활동 기간과 냉혹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데뷔 자체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의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