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미국의 중재 아래 그동안 불안정했던 휴전 체제를 복원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공식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연합뉴스티비가 보도했다. 한동안 흔들리던 양국 간 휴전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합의라는 점에서, 중동 정세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합의가 실제로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국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제한 채 레바논 정규군이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이른바 시범 안보 지구를 신속히 조성하기로 했다. 또 오는 이십이 일이 포함된 주간에는 포괄적인 최종 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을 이어 갈 예정이다. 정규군 중심의 통제 체제를 통해 접경 지역의 긴장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안보 지구 운영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가 합의 이행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칠게 압박한 끝에 도출된 결과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욕설까지 동원해 가며 강하게 밀어붙인 뒤, 이틀간의 집중적인 협상이 이어진 끝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한 셈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만큼 이번 합의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점을 보여 준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부 불화설을 일축하면서 결국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검토하던 베이루트 공습 계획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 노선을 고수해 온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압박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양국 관계의 역학을 보여 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루트 공습 계획 철회는 이번 합의의 성사를 가른 핵심 장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충실하게 이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자, 이스라엘 정치권 내부에서는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합의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의 반발이 향후 이행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합의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합의의 당사자가 아닌 헤즈볼라가 도발을 이어 갈 경우, 간신히 복원된 휴전 체제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헤즈볼라가 도발하면 언제든 베이루트를 다시 타격하겠다며 경고의 날을 세웠다. 휴전의 운명이 결국 헤즈볼라의 행보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휴전의 지속 여부는 헤즈볼라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미국 중재로 도출된 이번 휴전 합의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헤즈볼라 수장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현지시간 사 일 성명을 내고, 합의안의 요구는 항복과 패배, 적의 목표 달성을 의미할 뿐이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만이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와 긴밀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도 사령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 이전 지점으로 후퇴하는 것이 최소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