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며 여러 차례 해외 출장에 나섰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작 국내 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으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선진국의 사례까지 직접 연구하고도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선거 신뢰성 제고 등을 내세워 열아홉 건의 해외 출장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실무 차원을 넘어 위원회 차원에서 다수의 해외 출장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원장까지 직접 해외 출장에 나섰다.
최근 사퇴한 노태학 전 위원장은 십일월 십사일부터 팔박 십일 일정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북유럽의 선거 관리 사례를 직접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위원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운영 방식을 점검한 셈이다.
선관위는 출장 추진 배경으로 선거 신뢰성을 언급하며, 개표 과정에서의 투명성 강화와 사전투표 운영 방식 개선 등을 목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사전투표 운영 방식과 선거 사무 인력 관리 분야에서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덴마크와 스웨덴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 육 개월 뒤 국내에서 열린 육삼 지방선거에서, 선관위는 신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선거제도 발전을 위해 선진국 사례까지 연구하고도, 정작 국내 선거에서는 기본적인 관리부터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의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천이십사 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몰디브를 포함해 일 년간 삼십삼 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와 논란이 됐던 점이다. 잦은 해외 출장과 국내 선거 관리 부실이 겹치면서, 선관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배경을 밝히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객관적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선관위가 공식 회의 없이 내부 결재만으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오십 퍼센트로 낮춘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특검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등,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