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가 사실상 봉쇄되는 혼란이 벌어졌다고 연합뉴스티비가 보도했다. 투표용지가 모자라면서 투표 시간이 밤 열 시까지 연장됐는데, 투표가 끝난 직후 한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는 고성이 이어졌다. 보수 성향 유튜버와 일부 시민들이 태극기와 부정선거 팻말을 들고 투표소를 에워쌌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시위대의 대치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잠실 칠 동 제이 투표소에 배당돼 있던 투표함 두 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갇혀 버렸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의 정문과 후문을 모두 가로막은 채 투표함이 반출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저지했고, 이 때문에 개표를 위한 투표함 이송 자체가 한동안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정상적인 개표 절차가 한 투표소에서 가로막히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경찰은 한때 기동대를 포함해 경력 사백칠십여 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투표소에서 빠져나가려던 선관위 직원이 시위대를 상대로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설득은커녕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현장의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투표소 안팎이 한동안 통제 불능에 가까운 혼란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표가 끝난 뒤에도 현장의 대치가 풀리지 않으면서 경찰의 긴장도 한층 높아졌다.
혼란의 규모는 신고 건수에서도 드러났다. 투표 당일 밤사이 해당 투표소 한 곳에서만 경찰에 접수된 긴급 신고가 모두 백삼십오 건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시간대 서울 지역에서 들어온 투표 관련 신고의 팔십이 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한 곳의 투표소가 사실상 서울 전역의 신고를 빨아들인 셈으로, 그만큼 현장 상황이 심각했음을 보여 준다. 평소 조용하던 투표소가 순식간에 신고가 빗발치는 현장으로 변한 셈이다.
시위는 경기 과천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도 이어졌다. 선관위 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씨를 비롯한 일부 보수 성향 단체가 모여 밤샘 시위를 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이 선거 연기나 재선거의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사 앞 시위가 밤을 새워 이어지면서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경찰은 책임 규명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노태학 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선거 관리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는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둘러싼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선관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실한 선거 관리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사무총장의 거취까지 거론했고, 국민의힘은 노태학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다만 사태를 정치 쟁점으로 끌고 가는 방식을 두고 여야가 서로 날을 세우면서, 책임 공방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