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의 기초의회들이 해외 연수 예산을 잇따라 줄이거나 아예 국외 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지방의회의 오랜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해외 연수는 성과에 견줘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 최근 들어 충북 곳곳의 의회가 스스로 연수 예산에 손을 대며 자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두 곳에 그치지 않고 여러 의회가 잇달아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이런 움직임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충북 지역 의회들을 둘러싼 연수비 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충청북도의회와 청주, 제천 등 아홉 개 시군의회가 연수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 해외 연수가 실제 필요보다 비용을 키운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면서, 연수 예산 자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선 구 기가 출범하면서 의회 안팎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옥천군의회입니다. 의원이 여덟 명인 옥천군의회는 전반기 이 년 동안 공무를 위한 국외 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임기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해외 연수를 아예 접겠다는 것으로, 연수 관행을 두고 커진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소수의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가 국외 연수를 스스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른 의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을 직접 줄인 의회도 있습니다. 보은군의회는 그 돈을 군민을 위해 써 달라며 올해 해외 연수 예산 삼천팔백팔십만 원을 삭감했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대신 그만큼의 재원을 지역 주민을 위한 곳에 돌리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다른 시군의회에서는 올해 해외 연수비 오천이백만 원을 삭감하고, 그 가운데 일부를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국내 연수비로 쓰기로 했습니다. 해외 연수를 국내 연수로 대체해 실속을 찾겠다는 판단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해외 연수 예산을 세우지 않은 의회도 있습니다. 단양군의회는 올해 해외 연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국외 연수 항목을 두지 않은 것으로, 연수비를 둘러싼 논란에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선을 그은 셈입니다. 이렇게 예산을 삭감하거나 미편성한 의회, 국외 연수를 중단하기로 한 의회가 잇따르면서 충북 지역 의회들의 결정이 하나로 겹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의 밑바탕에는 형식적인 해외 연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 지역의 문화도 잘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주일 남짓 해외 연수를 다녀와 봐야 무엇을 배워 지역에 보탬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배움보다 관광에 가깝다는 비판과 함께, 여기에 연수비 부풀리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해외 연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한층 싸늘해졌습니다. 의회들이 스스로 연수를 접거나 예산을 줄이는 데에는 이런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은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번질지에 쏠립니다. 충북 지역에서 시작된 해외 연수 자제 선언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면서, 비슷한 논란을 안고 있는 다른 지역 의회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방의회의 해외 연수가 매년 되풀이되던 관행이었던 만큼, 이번 충북 의회들의 잇단 결정이 전국적인 연수 문화 점검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예산을 아끼고 실속을 찾자는 목소리가 지방의회 전반으로 퍼질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