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일 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그 여파가 국민의힘의 재정 문제로 옮겨붙고 있습니다.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이십 대 대선 당시 받았던 선거 보조금 삼백구십칠억 원을 국고로 반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형사 재판 결과가 곧바로 정당 전체의 살림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셈이어서, 정치권의 시선이 판결 이후의 계산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반환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형량입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 무효형의 기준은 벌금 백만 원 이상으로, 이번 일 심에서 나온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이 기준을 넘어섭니다. 설령 이 심에서 형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형량이 벌금 백만 원 이상이기만 하면 국민의힘은 똑같이 삼백구십칠억 원을 반환해야 합니다. 즉 감형만으로는 반환 의무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대법원에서 형이 완전히 뒤집혀야만 이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특별검사법에 따라 이번 사건은 일 심 선고가 나온 뒤 육 개월 안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져야 합니다. 통상적인 재판보다 훨씬 빠른 일정으로, 이는 곧 국민의힘이 불과 반년 안에 사백억 원에 가까운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확정 판결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자금 마련의 시한이 정해지는 만큼, 당 입장에서는 재판 일정 자체가 재정 계획의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당장의 현금 사정을 보면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올해 유월을 기준으로 국민의힘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백구십억 원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반환해야 할 삼백구십칠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당의 전체 재산 자체는 천억 원을 훌쩍 넘지만,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은 이백억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결국 장부상 자산 규모와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돈 사이의 간극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보유한 현금마저도 곧바로 반환에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건비 등 당 운영에 들어가는 보전성 지출에 묶여 있어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토지나 건물 같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약 육백억 원으로 추산되는 당사 건물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반환 재원 마련 방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사 매각이라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에는 과거의 전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이른바 대선 자금 차떼기 논란으로 팔백이십삼억 원을 갚아야 했던 당은 이천사년에 당사를 한 차례 매각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당사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국민의힘은 방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반격에도 나섰습니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의 이십 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겁니다. 자신들에게 향한 판결의 화살을 상대 진영으로 돌리며 형평성을 문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이번 판결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여야가 서로의 선거법 위반 전력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정치적 쟁점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