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권고안을 폐기하려던 시도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오늘 열린 전원위원회의에서 관련 안건이 정식으로 다뤄지지 못하면서, 인권위를 둘러싼 내홍이 다시 한번 겉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안건은 인권위원 다섯 명이 함께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의결된 문제의 권고안을 폐기하고, 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권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자는 취지의 안건이었던 만큼, 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였습니다.
폐기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권고안입니다. 이 권고안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과 불구속 수사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인권위가 내란을 옹호하고 인권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회의석상에서 안건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안창호 위원장은 회의 전 해당 안건을 결재해 상정 목록에 올려 두고도, 막상 회의에서는 상정 여부 자체를 다시 논의에 붙이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 결과 폐기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됐습니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 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안건의 적법성부터 따져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통상 세 명 이상의 인권위원이 제출한 안건은 위원장의 결재를 거치면 자동으로 상정돼 온 관례가 있어, 이번 처리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논란이 커지자 안 위원장은 다음 전원위원회의에서는 윤석열 방어권 권고안을 반드시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날 회의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나면서, 그 약속이 언제 어떻게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남았습니다.
인권위 내부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스무 개에 달하는 부서가 안 위원장의 거취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자진 사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어, 인권위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