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초기 정부 대응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일 차 회의에서, 이 일을 참사가 아닌 사고로 불러야 한다는 등 용어를 바꾸는 문제가 논의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인명 피해가 난 사안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두고, 정부의 첫 공식 대응 단계에서부터 표현을 둘러싼 논의가 오갔다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특조위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벌인 실지조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특조위는 중대본 일 차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참사를 사고로, 그리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참사와 사고, 희생자와 사망자라는 단어는 사건의 성격과 책임의 무게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와 맞닿아 있는 표현인 만큼, 회의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용어 변경이 실제로 논의됐다는 점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조위가 확보한 회의록에는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도 담겼습니다. 특조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해 가해자가 없다는 특성을 고려해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회의록을 통해 확인된 셈입니다.
회의록에 남지 않은 발언에 대한 진술도 함께 확보됐습니다. 특조위는 회의록에는 빠져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유흥을 즐기러 갔던 사람들이 몰려서 난 사고인데 참사라는 표현이 적절하냐고 물었다는 참고인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대통령이 직접 참사라는 표현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는 진술로, 용어를 둘러싼 논의가 회의록에 기록된 것보다 더 폭넓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이번에 확인된 논의가 오간 자리는 참사 바로 다음 날 열린 회의였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성격의 회의체로, 당시 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일 차 회의였습니다. 수습과 대응이 가장 시급했던 시점에 열린 정부의 첫 공식 회의에서, 사안을 어떻게 부를지에 대한 표현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는 점에서 그 시점과 성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조위는 이러한 회의록과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참사 초기 정부 내부에서 용어 변경을 둘러싼 논의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안을 참사로 부를지 사고로 부를지, 희생자로 부를지 사망자로 부를지를 놓고 정부의 첫 대응 단계에서부터 표현이 검토됐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로 드러난 것입니다. 특조위가 확보한 기록과 진술이 앞으로의 조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