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오늘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지 열한 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직접 입장을 밝히며 저는 오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민주당 지도부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됐다. 보궐선거로 당권을 잡은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사퇴여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퇴의 시점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오는 8월 17일에 연다. 정 대표는 이 전당대회를 한 달가량 앞두고 미리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 거취를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직 대표가 전당대회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일정에 맞춰 자리를 내려놓은 모양새여서, 사퇴가 곧 새로운 당권 도전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물러나는 소회를 비교적 길게 밝혔다. 그는 며칠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자신의 정치 인생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과의 인연을 차례로 언급했다. 당의 뿌리와 자신의 정치적 여정을 연결지으며 그동안 걸어온 길을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당과 함께해 온 자신의 이력을 되짚는 방식으로, 이번 사퇴가 정치 인생의 한 매듭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비중 있게 거론했다. 정 대표는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에 맞서 가장 옆자리에서 함께 싸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자신은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표현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부각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이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 왔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향후 당권 경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른바 명청 갈등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동지적 관계를 언급하며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는 협력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당대표로서 추진해 온 검찰개혁 문제 등을 들며 이른바 선명성도 함께 강조했다. 당원이 직접 한 표씩 행사하는 일인 일표제와 검찰개혁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며, 협력과 차별화를 동시에 부각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 대표가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현직 대표의 사퇴가 곧바로 연임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8월 전당대회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퇴와 재도전이 맞물린 이번 행보가 당내 경쟁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의 향방도 함께 가늠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