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설립된 국가기관 전쟁기념사업회가 중국 측 주장인 '항미원조'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는 이를 중대한 과오로 규정하고 사안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으로, 1950년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해 많은 피를 흘린 미국을 오히려 침략자로 왜곡하는 중국의 주장이다. 6.25 전쟁은 연인원 수백만 명에 이르는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장기화됐다.
논란은 사업회가 마련한 교사 대상 해외연수 일정에서 비롯됐다. 사업회는 연수 일정에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관 참관 코스를 포함시켰다가,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해당 일정을 다시 뺐다. 사업회 관계자는 참관 코스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프로그램 일정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업회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에도 항미원조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회 측은 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해당 교육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지자 사업회는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진행도 중단했다. 국가기관이 적국의 역사 왜곡 용어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이어졌다.
국방부는 이유를 불문하고 관련 일정을 검토했던 것 자체가 중대한 과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관련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감사에 나섰고, 감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를 두고 사업회 내부의 리더십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쟁기념사업회는 현재 회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공석이어서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 항미원조 논란이 바로 이러한 지휘부 공백이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