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강경 좌파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이 논란이 된 가운데, 전직 주한 미국 대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고 연합뉴스티비가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미국 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한국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셈이다. 동맹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 조야에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것은 지난 일 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칼럼이다. 이 칼럼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강경 좌파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제목 아래, 쿠팡 사태 등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을 쓴 이들은 강경 보수 성향의 두 미국 인사로 알려졌으며, 동맹의 앞날을 둘러싼 미국 내 우려를 대변하는 형태였다. 강경 보수 인사들의 글이 동맹의 위기론으로 번지는 양상이었다.
이 같은 기류는 칼럼에만 그치지 않았다. 칼럼이 실리기 전날 열린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비판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외 노선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층 가열되는 모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대외 정책을 겨냥한 비판이 짧은 시간에 잇따라 터져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전직 주한 미국 대사들은 칼럼에서 촉발된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얼마 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자신이 직접 만나 본 이재명 대통령이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며, 그 같은 면모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 내정과 외교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현직 시절 한국 정치권과 직접 교류한 인사의 평가라는 점이 주목된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이 대통령이 한미동맹, 특히 미국의 핵우산이 지닌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친중 좌경화로 기울고 있다는 칼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동맹의 핵심 가치를 한국 지도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 섞인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이라기보다 과장된 우려라는 취지로 읽힌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대사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이 대통령도 한국 국민 대다수가 강력한 한미 관계를 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미주의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이며, 비판의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판의 근거 자체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한국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세가 여당 승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점은 여당 승리의 의미를 다소 퇴색시켰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해석과 한미동맹 논쟁이 맞물리면서, 한국의 대외 노선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향후 외교 행보에 미국 조야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