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윤리청이 공개한 재산 신고 자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쿠팡의 주식을 열여덟 차례나 사고판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통령 본인이 특정 외국 기업의 주주였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현지에서도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쿠팡 주식 거래는 지난해 시월 초 시작됐습니다. 두 개의 계좌에서 각각 최대 십만 달러와 최대 만 오천 달러 규모로 주식을 사들였고, 일주일 뒤에는 일부를 팔았다가 다시 최대 만 오천 달러어치를 사 모으는 식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했습니다.
특히 첫 매수 시점이 미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팡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때는 시월 말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정상이 만나기로 예정돼 있던 무렵이었습니다. 양국 현안이 걸린 정상 외교를 코앞에 두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주식을 매매한 셈입니다.
이후에도 거래는 이어졌습니다. 올해 초 쿠팡 주가가 떨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유 주식을 나눠 팔았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뒤에는 값이 내려간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되파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태도와 정면으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 미국 하원은 쿠팡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냈고, 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 삼아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압박해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작 대통령 본인이 쿠팡의 주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백악관이 쿠팡 문제를 두고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이익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적인 통상 압박이 사적인 이해관계와 뒤섞였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식 투자는 전적으로 자산운용사가 맡아 대신 거래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통상 현안의 한복판에 놓인 기업의 주식을 반복해 사고판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쿠팡과 깊게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