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산 운용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를 두고 정작 신청 자체를 포기한 것인데, 같은 시기 다른 사업에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포항MBC의 보도로 알려진 이번 사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 방식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포항MBC에 따르면 영덕군은 인근 지역과 다른 선택을 했다. 영덕군은 이웃한 영양군이나 청송군과 달리 농어촌 기본소득을 아예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농어촌 지역인 인접 군들이 제도를 활용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으로, 영덕군만 유독 신청 대열에서 빠진 셈이다. 인근 지자체와의 이런 차이는 영덕군의 결정이 단순한 재정 여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사업의 재원 분담 구조를 보면 영덕군의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은 더 커진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40%를 지원하고, 나머지 60% 가운데 30%는 도비로 충당되는 구조다. 즉 중앙정부와 도가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사업이어서, 기초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할 몫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영덕군이 신청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든 설명에 의문이 따른다.
영덕군이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내세운 것은 산불 피해 복구였다. 한정된 예산을 산불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소득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난 복구라는 시급한 현안에 재원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주민 소득 지원 사업을 통째로 포기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선택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예산 축소는 농어촌 기본소득에만 그치지 않았다. 장사가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특례보증 이자 지원 사업의 예산도 함께 줄었다. 해당 사업 예산은 지난해 이억 원에서 올해 일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삭감됐고, 그마저도 이미 모두 소진된 상태다.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이 줄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배려가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예산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온 영덕군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설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덕군은 멀쩡한 테니스장에 비가 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붕 덮개를 씌우는 개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당장 쓸 수 있는 시설에 추가로 예산을 들이는 공사여서, 기본소득과 소상공인 지원에는 예산이 없다던 군의 설명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쓰느냐는 우선순위의 문제로 모아진다. 재난 복구라는 명분 아래 주민 소득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줄이거나 포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체육시설 개보수에 예산을 투입하는 모습이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덕군의 이번 예산 운용이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향후 어떤 해명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