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청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운문산 반딧불이가 사실은 하나의 종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뉜 집단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운문산 반딧불이가 한 종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유전자가 뚜렷하게 다른 신종 후보군이 확인되면서, 오래 굳어져 있던 통념이 흔들리게 됐습니다.
이번 결과는 국립공원공단이 여섯 해에 걸쳐 진행한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공단은 전국 마흔여 개 지역에서 운문산 반딧불이를 채집해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한 종으로 묶여 있던 반딧불이 안에 서로 다른 계통 일곱 갈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던 곤충이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여러 무리로 이뤄져 있었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이 일곱 갈래를 각각 새로운 종으로 볼 수 있는 신종 후보군으로 분류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좀처럼 구분하기 어려웠던 차이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렇게 유전자가 크게 갈라진 원인으로는 운문산 반딧불이의 낮은 이동성이 꼽힙니다. 특히 암컷은 날개가 퇴화해 아예 날지 못하고, 수컷도 활동 반경이 넓지 않습니다. 스스로 멀리 이동하지 못하는 특성 탓에 서로 다른 무리끼리 만나 섞일 기회가 적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험한 지형까지 더해졌습니다. 깊은 계곡에 가로막혀 오랜 세월 서로 떨어져 살아오는 사이, 집단마다 유전적 차이가 조금씩 벌어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좁은 지역에 사실상 갇힌 채 세대를 거듭하면서, 무리마다 저마다의 독자적인 특징을 갖게 된 겁니다.
이런 특성은 보전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정 지역의 서식지가 훼손되면 그곳에서만 대를 이어 온 고유한 개체군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종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켜야 할 대상과 범위도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딧불이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 수 있어 자연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꼽힙니다. 이번 연구로 국내 반딧불이의 다양성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각 지역 개체군을 세밀하게 살피고 보호하기 위한 후속 연구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