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외국인 농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SSG 랜더스가, 선발진 붕괴라는 큰 위기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아냈다. 그 주인공은 올해 처음 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김건우다. 흔들리는 마운드 한가운데에서 그가 사실상 팀의 일 선발 노릇을 해주며 분위기를 떠받치고 있다.
SSG가 처한 위기의 뿌리는 선발진에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리그 최하위로 처지면서, 팀의 최대 강점이었던 불펜에까지 과부하가 걸렸다. 그 여파로 SSG는 이달 초 십삼 연패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강했던 뒷문마저 흔들리자 팀 전체가 급격히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운드를 지탱한 것이 바로 김건우였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그가, 흔들리는 선발진 속에서 일 선발의 무게를 짊어졌다.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꾸준하게 공을 던지며, 신인급이라는 부담을 딛고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성적도 그 무게에 걸맞게 따라오고 있다. 이달 팔일 기준으로 김건우는 여섯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는 토종 선수로는 칠 승을 기록 중인 한화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수다. 외국인 투수들이 즐비한 리그에서 국내 선발이 다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김건우에게는 리틀 KK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팀의 간판스타 김광현과 같은 왼손 투수인 데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마운드 위에서 도망가지 않는 승부 기질이 선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 별명이 자리 잡았다.
그는 별명을 증명하듯 큰 무대에서도 담대함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이 차전에서 김광현을 대신해 깜짝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증명한 것이다. 큰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어린 투수에게 흔치 않은 자질로, 그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SSG는 이천이십팔 년 청라 시대를 앞두고 김건우를 중심으로 세대 교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천 토박이인 김건우는 이천이 년생 친구들과 함께 청라 시대 팀의 간판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위기 속에서 떠오른 젊은 좌완의 성장은 SSG의 현재를 지탱하는 동시에, 팀의 미래를 그리는 밑그림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