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로봇이 군함의 키를 잡는 실험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해군과 카이스트가 로봇 조타수 파이봇의 전투 실험을 최초로 선보인 것인데요. 해군 구축함의 함교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훈련실에는 사람 대신 인간형 로봇이 조타 장비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해군이 처음으로 공개한 로봇 승조원 파이봇의 모습으로, 함정 운용에 로봇을 들이려는 시도가 실체를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파이봇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함정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파이봇은 기존 함정 시스템을 개조하지 않고도 사람이 사용하는 조타 장비를 그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입니다. 장비를 새로 바꾸는 대신 사람이 다루던 조종 장치를 로봇이 그대로 다룰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도입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면서 실제 함정에 적용할 길을 넓힌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파이봇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직 제한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은 함장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침로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스스로 판단해 배를 몰기보다는 정해진 방향을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에 해군은 파이봇이 실제 함정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해군이 그리는 최종 목표는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파이봇이 사람처럼 계기판 정보와 외부 상황을 인식한 뒤, 스스로 함선 내 장치를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 계기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고 대응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구상으로, 로봇 조타수의 역할을 크게 넓히려는 방향입니다.
이런 목표를 확인하기 위한 다음 단계도 예고됐습니다. 해군은 올해 안에 파이봇을 실제 함정에 투입해 다양한 항해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통제된 훈련실을 넘어 실제 바다 위에서 여러 조건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파이봇이 현실의 함정 운용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는 것입니다. 실제 함정 시험은 이번 실험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로봇의 활용 범위도 조타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군은 조타 외에도 출입자 확인과 순찰, 그리고 중량물과 위험물 운반 분야로도 로봇 활용 가능성을 넓혀갈 방침입니다. 사람이 맡기에 위험하거나 힘이 많이 드는 임무에 로봇을 투입해, 함정 안에서 로봇이 담당할 수 있는 일의 폭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임무의 성격에 따라 로봇의 쓰임새를 세분화하려는 구상으로, 조타수는 그 출발점인 셈입니다.
해군은 이런 시도를 미래를 대비한 준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강군으로서, 앞으로도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전투 실험을 통해 함정 승조원의 업무를 덜고 미래 병역자원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병력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로봇 승조원의 운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그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