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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 주 낙태 사건 산모,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혀

삼십육 주 낙태 사건 산모,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혀

이른바 삼십육 주 낙태 사건의 산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태아 살인의 공범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던 일심 판단이 뒤집힌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산모가 태아가 사산된 상태로 나오는 줄로만 알았을 뿐 의사가 살해할 줄은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임신 중절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과 집도의에 대해서도 형량을 일부 줄여, 병원장에게는 징역 사 년, 집도의에게는 징역 이 년 육 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른바 삼십육 주 낙태 사건의 산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태아 살인의 공범으로 인정돼 일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산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인 만큼, 일심 판단을 뒤집은 이번 항소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하급심과 상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산모에게 태아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 산모가 그러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살해에 대한 이른바 미필적 고의, 즉 결과가 벌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용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무죄 선고로 이어졌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산모 권 씨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권 씨 측은 당시 태아가 이미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로 나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의사가 태아를 살해할 것이라고는 몰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산모의 인식이 사실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고, 산모가 수술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런 결론에 이른 근거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산모 측이 아이가 사산돼 나왔는지를 물어봐 달라고 했고, 이에 브로커가 그렇다고 답한 점을 재판부는 주목했습니다. 또 산모가 수술 이후의 회복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공개 채널에 올린 점을 두고도, 태아를 인위적으로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런 영상을 스스로 게시했다고 보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종합해 항소심 재판부는 산모에게도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일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일심은 산모가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그 인식의 정도가 형사 책임을 물을 만큼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하급심과 상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고의 여부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재판부는 임신 중절 수술을 직접 맡았던 병원장과 집도의에 대해서도 형량을 일부 줄였습니다. 항소심은 병원장에게 징역 사 년을,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 징역 이 년 육 개월을 각각 선고했는데, 이는 일심보다 형량이 각각 이 년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다만 형량이 줄었을 뿐, 이들의 살인 혐의 자체는 그대로 유지돼 수술을 맡은 의료진의 형사 책임은 항소심에서도 변함없이 인정됐습니다.

낙태죄는 이천십구 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이미 폐지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시점에 인공적으로 배출됐다는 점을 들어 병원장과 집도의의 살인 혐의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자기결정권이 있는 산모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은 형량을 정하는 데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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