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이 뜻밖의 방식으로 악용되면서, 인공지능 안경을 이용해 국가 자격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남성이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뿔테 안경처럼 보이지만, 안경 다리의 터치패드를 누르면 인공지능이 문제의 답을 알려 주는 장비가 실제 시험장에서 쓰인 것입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오월 광주의 한 소방설비기사 자격증 시험장에서 벌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사십 대 남성이 AI 안경을 쓴 채 문제를 풀다 시험을 지켜보던 감독관에게 적발됐습니다. 안경 아래로 새어 나온 빛이 감독관의 눈에 띄면서 부정행위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적발된 남성은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안경과 연동되는 인공지능 앱을 직접 개발했으며, 시험장에서는 정답이 제대로 표시되는지 확인하려 했다며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I 안경을 악용한 부정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입니다.
비슷한 수법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같은 달 서울과 목포에서도 국가기술 자격시험을 보던 이십 대 남성 두 명이 똑같은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 입건됐습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지역에서 같은 유형의 부정행위가 잇따른 것입니다.
어학 시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널리 치러지는 토익 시험에서도 오월에 두 명, 유월에 한 명이 인공지능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로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자격시험뿐 아니라 응시 인원이 많은 시험 전반으로 이런 수법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시험장에 들고 들어갈 수 없는 물품 목록에 AI 안경을 분명히 명시하는 방안과 함께, 부정행위가 적발됐을 때 적용할 처분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책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예방책으로 금속탐지기나 전자파 감지기를 두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장비값이 비싸 모든 시험장에 갖추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로 지적됩니다. 겉모습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만큼, 감독 방식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