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면서, 그 열기가 대학 입시 현장에까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졸업 후 취업이 사실상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정시 합격선이 서울대 자연계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의 인기가 학생들의 진학 선택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채용을 연계한 학과다. 입학과 동시에 사실상 취업 티켓이 보장되는 구조이다 보니, 우수한 성적의 수험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안정적인 진로가 보장된다는 점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수치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반도체학과의 올해 정시 합격자 수능 국어, 수학, 탐구 평균 점수는 구십육 점 이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 자연대 합격자들의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반도체학과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채용을 연계한 기업에 따라서도 합격선에 차이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채용 협약을 맺은 학교의 합격선이 삼성전자와 계약한 학교에 비해 평균 일 점 이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같은 반도체 계약학과 안에서도 기업에 따른 미세한 선호도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일부 반도체 계약학과의 합격선은 의대와도 견줄 만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일부 학교의 경우 지방 의과대학의 평균 점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최상위권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과가 등장한 것이다.
입시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한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몇 년 먼저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한 선배는 미래 전망이나 유행만 좇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꿈을 먼저 찾아보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