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헌법 해석의 최종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심리 속도를 다른 법원이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 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연의 이유가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설명을 구하는 절차에 나선 셈입니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한 형사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2022년 6월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에 대해 위헌 소원을 냈습니다. 자신에게 적용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려달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위헌 소원을 4년간 심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오랜 기간 결론 나지 않으면서, 정작 형사 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처지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헌재의 장기간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지연 자체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첫 사례로 전해졌습니다. 사법부 내부에서 헌재의 재판 지연을 두고 정식으로 제동을 건 첫 움직임인 만큼, 헌재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