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월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소방당국이 사고가 난 지 일 년 반 만에야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참사의 원인과 제도의 허점이 이미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그사이 위험을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뒤늦게 시작된 논의가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화재는 지난해 이 월, 개장을 불과 석 달 앞둔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팔백 명가량의 작업자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여섯 명이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대형 리조트에서 불이 나 여러 명이 한꺼번에 숨지면서, 공사장 화재 안전 관리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개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이 리조트가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공사가 마무리되고 안전이 확인된 뒤에야 내려져야 할 승인이 절차를 건너뛴 셈입니다. 완공 전 시설이 승인을 받은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지목됐습니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가 형식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수사 결과 그 배경에는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었습니다. 시행사 등이 공사를 감독하는 감리업체는 물론 소방서와 공무원들에게까지 뇌물을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안전을 확인하고 견제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금품을 받으면서, 위험 신호를 걸러낼 마지막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감시 체계 전반이 무너졌던 정황이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이번 참사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이처럼 참사의 원인과 제도의 허점이 명확히 확인됐지만, 소방당국의 제도 개선 논의는 사고가 난 지 일 년 반이 지나고서야 시작됐습니다. 소방당국은 이르면 올해 말까지 관련 논의를 마치고, 내년에야 개선안을 적용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원인이 분명히 드러난 사안임에도 대책 마련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그동안 비슷한 위험이 방치돼 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마련 중인 개선안에는 감리 체계를 보강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길 예정입니다. 감리업자를 감시하는 외부 전문기관을 따로 두고, 허위 보고를 유발한 시행사에게도 직접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처벌 기준을 높이는 내용도 함께 담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감리와 시행 단계에서의 책임을 강화해 부실과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제때 이뤄졌더라면 이후 발생한 대형 화재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섯 명이 숨진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두고도 대책이 일 년 반이나 미뤄진 만큼, 이번 개선안만큼은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늦게 나온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