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목욕탕은 최근 관광객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오랜 세월 동네를 지켜온 목욕탕들의 낡은 굴뚝은 안전을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곳곳에는 지금도 동네 목욕탕이 적지 않게 남아 있는데, 문을 닫은 뒤에도 높다랗게 서 있는 노후 굴뚝이 세월과 함께 삭아가면서 주변 주민들에게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강서구에 있는 삼십 년 된 목욕탕 굴뚝이다. 높이가 십오 미터에 이르는 이 굴뚝은 겉을 감싸고 있던 외벽이 이미 곳곳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 안에 있던 철근마저 고스란히 밖으로 드러난 상태다. 오랜 기간 비바람에 노출되면서 구조물이 눈에 띄게 삭았고, 겉으로만 봐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 목욕탕이 이미 오래전에 폐업했는데도 굴뚝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굴뚝을 철거하는 데 최대 사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수년째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해 왔다. 적지 않은 철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위험을 알면서도 철거가 미뤄지는 사이 굴뚝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져 온 셈이다.
결국 부산 강서구청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구청은 재난안전 기금을 투입해 이 노후 굴뚝을 우선적으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건물주가 비용 문제로 방치해 온 위험 시설을 지자체가 공적인 예산을 들여 먼저 걷어내기로 한 것으로, 주민 안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봐야 할 노후 굴뚝은 이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에는 지어진 지 이십 년이 넘은 노후 목욕탕 굴뚝이 삼백삼십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당수가 강서구 사례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삭아가고 있어, 언제든 비슷한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시설로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철거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부산에서 굴뚝 철거비를 지원하는 곳은 동구와 중구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치구에서는 낡은 굴뚝의 철거가 사실상 건물주의 몫으로 남아 있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방치되는 굴뚝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원 여부에 따라 안전 관리에 지역별 편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는 지난해 노후 굴뚝 철거를 돕기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결국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위험이 뻔히 보이는 노후 굴뚝들이 별다른 관리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부산 MBC는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난 뒤에 대응하기보다, 위험이 확인된 시설부터 선제적으로 걷어내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