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주 넘게 극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남부지방에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정전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밤사이 아파트에서 정전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은 열대야 속에 큰 고통을 겪었다.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밤에도 좀처럼 식지 않는 상황에서 냉방기 가동이 몰리자, 전기가 끊긴 세대에서는 더위를 피할 방법마저 사라지는 이중고가 되풀이됐다. 무더위 자체보다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게 다가온 밤이었다.
정전 피해는 노후 아파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은 지 사십이 년 된 한 아파트에서는 상가와 아파트 전체의 불이 꺼졌고, 어제 오후 세 시부터 시작된 정전은 여덟 시간이 지나서야 임시 전원이 공급되며 일부 해소됐다. 반나절 가까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가장 무더운 시간대를 냉방 없이 견뎌야 했고, 건물 전체가 어둠에 잠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임시로 전원이 돌아왔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공급된 전력이 에어컨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폭염을 피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냉방버스로 대피해야 했다. 집 안에서 더위를 식힐 수 없게 되자, 임시 대피 공간에 의지해 밤을 보내는 진풍경이 이어진 것이다.
정전은 주민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아파트 상가에 있던 횟집에서는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수조 속 생선이 모조리 폐사했다. 무더위 속에서 냉각 설비가 멈추자 상품이 순식간에 못 쓰게 된 것으로, 정전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영세 상인들의 피해로까지 번졌음을 보여 준다. 예고 없이 찾아온 정전이 남긴 상처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폭염 중대 경보가 내려진 부산에서도 아파트 정전이 잇따랐다. 어제 저녁 여덟 시 사십 분부터 부산 남구의 사백여 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당국은 대형 비상발전차를 동원하고 생수 수백 병을 공급했지만,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를 이겨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대급 폭염 속에 정전 피해를 본 주민들은 나눠 받은 생수만으로 더위를 달래야 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진구 해안의 한 아파트 사십 세대에서도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다섯 시간 만에 복구됐다. 남구와 진구에서 잇따라 정전이 발생하면서, 폭염이 극심한 남부 도시 곳곳에서 전력 공급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복구된 곳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겪은 불안은 작지 않았다.
이번 정전은 극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설비 과부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냉방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노후 설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폭염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밤 시간대를 중심으로 추가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