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병원에서 쓰이는 한 진료비 결제 앱이, 환자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방법을 안내하면서 예시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짜를 그대로 적어놓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이 아픔을 함께한 대형 참사인 만큼, 이를 단순한 생일 예시로 사용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문제의 앱은 주로 영유아나 노약자 등 스스로 결제가 어려운 환자의 진료비를 대신 내주기 위해 쓰이는 것입니다. 많은 보호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에서, 하필 참사가 일어난 날짜가 생년월일 예시로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함과 반발을 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한두 곳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해당 앱을 사용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백사십여 곳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스물여섯 곳의 앱에서 똑같은 예시 문구가 확인됐습니다. 대형 병원들까지 두루 포함돼 있었던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명단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병원도 들어 있었습니다. 참사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곳에서까지 같은 문구가 쓰이고 있었다는 점은, 이번 일이 얼마나 무심하게 방치돼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예시 문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이천십팔년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여덟 해 가까운 시간 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오랜 기간 아무도 걸러내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의 앱으로 복제돼 퍼져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 업체는 최근 한 병원의 앱을 만드는 과정에서 별도의 검증 없이 기존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업체는 어제 문제가 된 문구를 모두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창사 이래 가장 무거운 경고로 새기고, 기술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최초로 해당 문구를 써넣은 인물을 특정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